[판례]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근로자성에 관하여 판단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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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9-29본문
* 사건 : 서울북부지방법원 제4민사부 판결 2024나39661 임금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가로수1)
담당변호사 김진형
*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한
담당변호사 김준태
* 제1심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9. 11. 선고 2023가소446319 판결
* 변론종결 : 2025. 7. 11.
* 판결선고 : 2025. 8. 22.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7,144,8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572,4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을 위하여,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인 C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에서 이론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피고 운영의 D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위탁되어 2022. 4. 14.부터 같은 해 9. 1.까지 780시간의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하였다.
나. 원고가 피고 병원에서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할 당시 의료법 제80조 제1항, 구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2024. 2. 26. 보건복지부령 제9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사람은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정을 받은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에서 실시하는 740시간 이상의 이론교육 과정과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의 장이 실습교육을 위탁한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780시간 이상의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했었다.2)
다. 피고 병원에서의 실습교육 과정 이후 원고는 국가시험을 합격하고 자격인정을 받아 현재 간호조무사로서 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원고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 결과,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주위적으로, 원고는 피고 병원의 실습교육 기간에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으로서의 실습교육을 벗어나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음을 원인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 7,144,800원(= 2022년 시간급 최저임금 9,160원 × 780시간)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가 원고의 실질적 노무 제공으로 인해 얻은 이득 7,144,800원을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을 구한다.
나. 피고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실습생으로 교육훈련을 받았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주위적 청구인 임금 청구는 이유 없고, 실습 교육 과정에서 원고가 손해를 입거나 피고가 이익을 얻은 바 없으므로 예비적 청구인 부당이득반환청구도 이유 없다.
3. 판단
가. 주위적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를 이 사건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에 을 제4, 6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 병원의 근로자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 병원은 이 사건 학원의 실습교육 위탁에 따라 원고의 실습교육 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실습 기간, 실습 요일, 교육 시간, 총 이수 시간 등은 모두 이 사건 학원에서 정하여 피고 병원에 통지하였다.
② 원고는 이 사건 학원의 실습교육 위탁에 따라 피고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을 위하여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이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원고의 실습교육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병원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바 없고, 피고가 원고에게 어떠한 명목의 급여도 지급한 바 없으며, 원고에게 피고 병원의 취업규칙 등이 적용된 바도 없다. E기관은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이 일선 보건의료기관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하는 목적은 향후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데 있어 필요한 지식·기술·태도를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교육 훈련의 목적이므로,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의 현장실습은) 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보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시행 중이던 제반 규정에 의하면, 780시간의 실습교육을 받는 것은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한 필요조건이었다는 점에서도 원고의 실습교육 과정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병원에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③ 결국 피고 병원에서 이루어진 현장실습은 실습생으로 하여금 향후 실제로 간호조무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훈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실습생으로부터 어떠한 노무를 제공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원고는 현장실습 과정에서 환자 안내(비용, 절차, 차회 예약 등), 맥박·혈압 체크, 의료폐기물 비우기, 환자대기실 소독, 기구 소독, 의사의 업무 보조 등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업무는 실제로 간호조무사가 이행하는 업무로써 현장실습 과정에서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이러한 업무 수행이 단순 업무라거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거나 원고의 소속 부서가 자주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원고와 피고 병원 사이의 관계가 종속적인 성격이 있는 근로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④ 피고 병원에서는 원고와 같은 실습생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1인 이상의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항상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와 같은 점에서도 원고가 현장실습생의 성격을 넘어 피고 병원의 근로자로서 노무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
다음으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인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하여 살핀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의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① 법률상 원인 없이 ② 원고가 제공한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③ 이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실습교육 과정에서의 업무수행에 대하여 피고의 부당이득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원고의 예비적 주장도 이유 없다.
1) 법률상 원인
원고는 피고 병원과 이 사건 학원 사이의 현장실습에 관한 위탁계약에 따라 피고 병원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된 것으로,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이라는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고 병원에 노무를 제공하게 된 것이어서, 원고의 업무수행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의 이득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병원은 실습생의 업무 능력이 미숙한 점 등을 고려하여 업무수행 시 피고 병원 소속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반드시 1명 이상 대동하여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병원 측에서도 현장실습 과정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고의 업무수행은 기본적으로 실습의 성격을 가지는 점, E기관에서도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의 현장실습은 교육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점, 원고의 실습교육 시간인 780시간 중 실제 실습교육 시간과 근로시간을 분리하여 특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의 노무 제공으로 인해 원고의 실습교육 시간 전부인 780시간에 대한 최저임금에 상응하는 실질적이고 순수한 이익을 얻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원고는 피고 병원에 노무를 제공하였으므로 막연히 피고가 원고의 실습시간 전부에 대한 최저임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할 뿐, 피고가 얻은 구체적인 이익의 범위를 특정하거나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3) 원고의 손해
원고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피고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780시간의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하여야 했고, 피고 병원에서의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그 자격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원고가 피고 병원에서 이러한 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면 동일한 시간만큼 다른 기관에서 실습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였을 것이므로, 원고에게 피고 병원에서의 업무 수행으로 인해 다른 곳에서 경제적 활동(노무 제공)을 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고, 달리 원고에게 피고 병원에서의 실습교육 과정 이수로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문세(재판장), 박소연, 김수연